사회문화

사회문화

NEW 노벨상으로 보는 AI 시대의 문학의 역할

  • 2024-11-26
  • 66

노벨상으로 보는 AI 시대의 문학의 역할

인간의 정체성과 감성을 담아내는 창작의 본질


지난 몇 년간의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 주제는 주로 자연 현상의 기초적인 이해와 원리 발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노벨 물리학상에서는 원자 내부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아토초' 펄스를 생성하는 실험 방법을 개발해 전자 동역학 연구에 기여하거나,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해 양자 정보 과학의 발전에 기여해 수상 이유가 됐다. 이는 자연 세계의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인류가 자연 현상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연구들이었다. 화학상 역시 물리화학적 현상과 분자 구조, 촉매 개발, 유기화학 반응 연구 등의 기초 과학 분야에서 주로 수상자가 나왔다. 나노기술 발전에 기여한 양자점의 발견과 합성에 대한 연구나 클릭 화학과 생물직교 화학의 발전에 기여해 의약품 개발과 생명과학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어 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에 대한 기본 이해를 심화시켜 왔다.

▲ 노벨상과 AI (출처: 세계일보)


2024년 노벨상, AI와 응용 과학의 부상

이에 비해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라는 응용 기술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큰 차별점을 가져왔다. 특히 물리학상에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은 인공신경망의 개념을 확립해 기계학습의 기반을 구축한 연구로 수상했으며, 이는 전통적인 물리학의 기초 연구보다는 데이터 처리와 알고리즘 개발이라는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문제에 기여한 점이 돋보였다. 화학상에서도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자들은 AI를 통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로 수상했다. 이 역시 고전적인 화학 실험보다는 AI와 생물정보학을 결합해 생물학과 화학의 경계를 확장하는 연구이다. 2024년 노벨상은 과거의 기초 과학 연구 중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을 응용해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며, 이는 AI와 머신러닝 기술이 현대 과학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AI와 문학의 만남, 창작의 경계 확장

기술의 발전은 모든 예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AI는 문학 창작의 영역에서도 점점 그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제17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쿠단 리에가 수상작 『도쿄도 동정탑』을 쓰는 과정에서 AI 모델인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혀 최근 일본 문학계에 파문이 일었다. 쿠단은 소설 속 가상의 AI 기술과 주인공의 대화를 구현하기 위해 챗GPT를 활용했으며, 약 5% 정도의 문장을 AI가 생성한 그대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AI의 문학적 활용 가능성과 그 한계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 AI기술은 이제 문학을 포함한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AI의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AI의 문학적 활용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챗GPT 같은 AI모델을 "첨단 기술 표절 시스템"이라고 비판하며, AI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문자열을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낼 뿐, 진정한 창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I가 만든 텍스트는 기존 작품의 문체나 패턴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며, 깊은 사유나 인간적인 고뇌에서 비롯된 독창적인 표현을 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과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

그러나 문학이란 단순한 정보의 조합을 넘어, 인간의 고유한 감정과 경험을 담아내며 독자와 교감하는 과정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글쓰기의 예술은 인간이 자신을 선택하며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문학이 인간의 존재 의미를 표현하는 매개체라고 주장했다. 과연 AI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문장을 구성하지만, ‘자아’라는 주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AI가 생산한 텍스트는 인간이 창작하는 문학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학은 글쓰기 주체의 실존적 경험과 시대적 성찰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데이터로부터 산출된 텍스트가 이러한 깊이를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AI와 인간의 협력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한다. AI는 인간 작가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창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 SF 문학상인 ‘호시 신이치 상’에서는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추가나 수정 없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AI가 문학 창작에 미칠 영향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AI와 인간이 공존하며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간 작가가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할 때, AI는 문학적 실험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문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한강의 작품은 한국과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고유한 감성과 철학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녀의 소설은 개인의 고통과 역사적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독자들이 삶과 죽음, 사랑과 폭력의 본질을 탐구하도록 돕는다. 이는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조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학적 깊이와 예술성을 보여준다. 한강의 수상은 문학이 단순한 데이터의 조합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와 감성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그렇다면, AI시대에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AI가 문학의 일부를 담당할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창작은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AI 시대의 문학은 창작 도구로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인간의 정체성과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술과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창작의 본질이 흔들리지 않는 한, 문학은 여전히 독자와 공감하고 인류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AI는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했고, 과학적 연구와 성과를 통해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다. 이제 그 관심은 문학과 예술로 확장되고 있다. AI가 기술의 한계를 넘어 문학적 창의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AI가 아닌 인간의 손끝에서 나온 문학 작품이 여전히 독자에게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문장을 생성하더라도, 그 문장이 인간의 삶과 경험에서 나오는 고유의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AI시대에도 문학은 인간의 고유한 감성을 담아내며, 독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예술로 남아야 할 것이다.



기자 오서영(23)

BizOn Online Newsletter Vol.78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