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이상기후로 ‘금값’된 과일 채소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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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금값’된 과일 채소
기후변화와 물가상승의 만남, ‘기후플레이션’ 현실화
현재 한국 사회는 물가 상승이라는 파도에 휩싸였다. 특히 채소류와 과일 가격이 치솟아 그 여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 급등한 가격에 ‘금과일’, ‘금채소’라는 별칭이 생겼고, “장보기가 무섭다”는 푸념은 일상이 됐다. 가격 폭등 부담의 무게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담기고 있다. 이러한 식자재 가격 급등은 단순히 경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이상기후로 인해 더욱 심화하며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집중호우, 폭염 등의 이상기후는 농산물 생산의 불확실성을 높이며, 이에 따라 식품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와 농가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BizOn은 기후 위기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과 현재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방안들이 필요한지 분석해 봤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
지난해 중반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고물가 현상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올해는 폭염에 의해 여름 배추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배추 평균 소매 가격은 한 포기에 1만 원에 육박했다. 지난 10월 2일(수)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대비 1%로 대로 감소했지만, 배추(53.6%), 무(41.6%), 상추(31.5%), 풋고추(27.1%)를 중심으로 채소류 물가가 11.5%p 상승했다. 채소뿐만 아니라 과일값 또한 만만치 않게 올랐다. 지난해 봄철 서리 피해 등 기상재해로 사과와 배의 생산량이 30%p가량 급감하면서 가격이 작년의 두 배로 치솟았다.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의 고온 다습한 날씨와 잦은 가뭄 등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가 과일과 채소의 성장을 저해하면서 작물의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후는 생산성뿐만 아니라 병충해의 확산 촉진 등으로부터 농작물의 품질을 낮춘다. 품질 저하에 따라 줄어드는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인들은 품질 좋은 농작물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자원과 추가적인 비용을 투자하게 된다. 이는 결국 농산물 가격의 가속화를 발생시키는데, 이에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맥도날드, ‘토마토 실종 사태’
지난 10월 15일(화) 한국맥도날드는 일부 버거 제품에서 토마토를 빼고 판매한다고 밝혔다. 한국 맥도날드는 “올여름 이어진 폭염 여파로 토마토 성장이 충분하지 못해 공급에 차질이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토마토는 고온에서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 수 있으며, 특히 33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올여름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역대 최장을 기록하였고 여름은 점점 길어지면서 올해 추석 기온이 평소보다 무려 8~9도 이상 높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이달 상순 도매시장 토마토 반입량이 평년보다 43%p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토마토 평균 소매 가격은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34%p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맥도날드의 식품 공급망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맥도날드는 냉동 감자 공급망 이슈로 인해 감자튀김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이러한 문제는 맥도날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계 전반에는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이상 현상이 빈번해지며 이에 따른 농산물 수급 문제의 심각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마토 수급 불안정 관련 안내문 [출처: 한국 맥도날드 홈페이지]
기후플레이션에 맞서는 대안
한국은행의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 기후 충격으로 기온이 1°C 상승할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0.4~0.5%p 높아지며, 그 영향은 약 6개월간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0.3%p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은 국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통화정책과 기후의 연결고리’,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들을 통해 기후 환경 개선 없이 통화정책으로만 물가 상승을 대응하는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두 보고서는 통화정책 외의 부정적인 기후 환경에서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등이 필요하며, 농산물 수입 확대나 기후 변화에 맞는 품종 개량 등의 방안이 물가 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수입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낮출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가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팜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농업 환경 개선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 방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이상기후의 급격한 변화에도 영향을 덜 받으며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농업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스마트팜을 통해 농산물을 더욱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어, 감소하는 농작물 생산성을 해결할 대안으로 식품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과일-채소 물가 상승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상기후로 인한 가격 급등은 단순히 농산물 가격의 일시적 인상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식량 안보와 국내 경제 전반에 장기적인 위협과 피해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장기적인 기후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농업 기술 개발과 품종 개량 등의 방안을 고려하여 유통망을 강화하는 대책 또한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제는 단기적인 현재의 이익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수습기자 정민주(24)
BizOn Online Newsletter Vol.78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