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사회문화

NEW 존중도 오만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성소수자의 발자취

  • 2024-11-26
  • 55

존중도 오만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성소수자의 발자취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인천퀴어문화축제’가 말하는 것


지난 10월 1일(화) 박상영의 동명 소설 중 <재희>를 원작으로 한 ‘대도시의 사랑법’이 극장에서 개봉했다.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며 개봉 후 6일 만에 2위를 달성한 해당 작품은 제49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선공개되기도 했다. 로맨스, 청춘, 코미디의 요소가 모두 담긴 대도시의 사랑법은 언뜻 보면 퀴어물 그 자체로 보이지만, 실은 청춘들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2일(토) 부평역 일대에서는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곧바로 이어진 인천퀴어문화죽제로 ‘성정체성’ 자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인천퀴어문화축제 진행과 동시에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기독교인 1천여 명의 반대 집회는 혐오와 편견의 시선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발자취를 BizOn과 함께 따라가 보자.

 

표현의 자유가 되어버린 혐오와 편견

2000년부터 시작된 퀴어문화축제제는 성소수자들의 문화 축제로, 2015년에는 서울 광장에서 수만 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로 성장했다. 행사는 크게 퍼레이드, 영화제, 전시회, 토론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퍼레이드이다. 이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며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위로, 누구든 행진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 반대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데, 이는 초기 반대 성명 발표 등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시작해 맞불 집회 혹은 퍼레이드 방해 등 점차 그 강도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2015년 대구퀴어문화축제 때에는 이를 막기 위한 개신교 보수 단체의 집회로 개막식이 한 시간가량 지연됐으며, 2018년에는 대학교 선교 단체 및 교회가 퍼레이드의 시작점이던 백화점 서쪽 거리를 점거하는 등 방해 공세를 이어 나갔고, 퍼레이드는 30분 지체되고 및 경로를 변경해야 했다. 그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위와 같은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언제부터 혐오와 편견의 시선이 표현의 ‘자유’가 된 걸까?

 

▲ 성소수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출처: 여성신문)

 

대한민국의 성소수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혐오

지난 2015년 5월 16일(토)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서울역 광장에서 한 성소수자가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부당해고를 당하고, 5개월간 임금이 체불됐다”라는 말을 전해 화제가 됐다.  또, 지난 2020년 8월 2일(일) 신촌역에 설치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의 광고 현수막을 20대 남성이 크게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남성은 재물손괴 혐의로 검거됐으며 “성소수자가 싫어서 그랬다”라고 전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10월 24일(목)에는 대구시교육청이 관내 고등학교에 배포한 ‘문해력 향상 지원 자료집’에 대한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해당 자료는 필자가 공무원과 경찰 간 대치로 논란을 빚은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이었다. 이에 학부모들은 해당 글이 동성애 편향적이며 동성애로 인한 ‘폐해’를 학생들에게 감추고 이를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춰야 할 시점

이처럼 국내 성소수자 관련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세상은 있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며 그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주장한 보수 기독 단체 및 동성애 반대 연대의 반대 집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데에 있어 언제부터 찬성과 반대 의견을 관철할 수 있게 됐을까?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성적 지향에 대해 차별하지 말 것이라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만만 성전환 수술과 성별 정정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2023년 1월 26일(목) 열린 ‘4차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 검토(UPR) 한국 심의’에서 25개국으로부터 받은 ‘차별금지법 제정’, ‘HIV 감염인 지원 강화’, ‘동성 커플 권리 보장’ 등 총 36개의 의미 있는 권고 중 법 제정 및 폐지와 관련한 직접 권고를 모두 수용하지 않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남자 주인공 ‘흥수’는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부모에게 자신의 성지향성을 알리지 않은 인물이다. 그가 10대 때 집 앞에서 동성 친구와 스킨십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로부터 그의 어머니가 날마다 그를 위해 기도를 하는 탓이었다. 해당 장면은 단순 커밍아웃의 어려움만을 말해주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사랑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는, 숨기게 만든 이 사회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형식적인 존중과 껍데기뿐인 공존이 아닌 숨 쉬는 것만큼 당연한 ‘인정’이 아닐까? 영화 혹은 축제의 형식으로 발현되는 그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는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자 최연수(23)

BizOn Online Newsletter Vol.78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