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화장률 93.6%’... 사라지는 제사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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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률 93.6%’... 사라지는 제사
유교 근본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교 문화소멸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사람의 신체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
위는 유교 13경 중 하나인 효경에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효(孝)를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전통적 제례 문화 의식인 제사가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 장법 문화도 바뀌는 추세다. 과거에는 조상의 시신을 땅에 묻어 후손들이 성묘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나, ’24년 6월 기준 화장률이 93.6%까지 치솟으며 화장시설이 부족해졌다. 이에 산분장(유골을 산, 바다 등 자연에 뿌리는 장의 일종)도 2027년까지 공식적인 제도화를 추진중이다. 관혼상제(冠婚喪祭) 중 하나인 제례 문화가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우리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례 문화가 쇠퇴하는 원인과 현대 가족 사회 구조에서 제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BizOn과 알아보자.
▲ 24년 6월 기준 화장률 현황(출처: 보건복지부 운영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제례 문화의 쇠퇴와 그 원인
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발생한 제례 문화의 쇠퇴는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먼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변화하며 제사를 지내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제례는 많은 시간과 비용, 준비 과정이 요구되기에, 이러한 점이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 대가족 대신 핵가족 중심의 가족 구조가 일반화되며, 제사를 주관할 사람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제례의 필요성 역시 감소하고 있다.
종교적 다양성의 확산과 세속화된 사회 분위기 역시 제례 문화 쇠퇴에 기여한다. 일부 사람들은 제례가 특정 종교적 관습과 맞지 않다고 느끼거나, 제사 자체를 무의미한 형식적 행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이유들로 형식적인 제례 대신, 조상에 대한 추모와 가족의 결속을 더 간소화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이러한 이유들로 제례 문화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자연스레 소멸하는 중이다.
제사, 현대 가족 사회에서 필수인가?
장유승 성균관대 교수는 국민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가족 간 결속을 확인하고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제사가 본질을 잃고 갈등과 분란의 소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라고 언급했다. 지금껏 제사는 오랜 전통을 지닌 한국 사회의 중요 의례 중 하나로, 조상을 기리고 가문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현대 가족 사회에서는 제사의 중요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생활 방식의 변화로 인해 제사가 부담스럽거나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시간과 비용, 성차별적 요소 때문에 제사에 대한 회의감을 갖기도 한다. 반면, 제사가 가족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조상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는 의미 있는 전통이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제사는 필수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로, 각 가족의 가치관과 상황에 맞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전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맞게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출처: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새로운 가치와 전통의 공존
제례 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기원은 다소 엘리트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제사는 원래 신분제 사회에서 특권 계층만이 누리던 의식이었다. 상류층은 자신들의 조상이 대단한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 제사를 통해 신분을 과시하고, 그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이러한 제사의 특권적 성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이 커지면서, 많은 이들이 상류층의 문화를 모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제례의식은 보편화되었다. 제사 횟수는 늘어나고, 제수를 차리는 방식도 점점 더 화려해졌는데, 이는 신분 상승을 위한 경쟁의 일환으로도 여겨졌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제사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지금, 제사는 더 이상 신분 과시의 도구가 아닌, 가족의 유대와 조상을 기리는 정신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간소화된 제례나 온라인 제사와 같은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면서, 제례 문화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제례 문화의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적 가치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고정된 형태를 지키기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재구성되는 전통의 새로운 모습이다. 이러한 전환은 사회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더 넓은 시야에서 가치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변화 속에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며, 사회는 자연스럽게 그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자 조원우(21)
BizOn Online Newsletter Vol.77 (202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