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교수담론] 백지 앞에서 점을 찍어가는 법: 대학생활과 자기 탐색
- 2024-11-26
백지 앞에서 점을 찍어가는 법: 대학생활과 자기 탐색
박소희 재무금융・회계학부 조교수
이번 가을학기에 국민대학교에 입교한 신임교원으로, 1학년 학생들에게 회계학원론을 가르치고 있다. 파릇파릇한 새내기 학생들과 매주 얼굴을 맞대고 강의를 하다보면 벌써 십수년이 지난 내 대학생활이 스치듯 떠오르곤 한다. 알록달록 빛나고 에너지 충만했던, 동시에 한없이 불안하고 흔들렸던 그 시절.
얼마 전 다른 교수님들과 각자의 대학생 때를 이야기하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서로에게 물어봤었다. 인생에 그렇게 찬란할 순간이 또 없을 것이기에 분명 그리운 시절이긴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대답이 많았다. 그렇게 대학 생활은 ‘나의 모양’을 파악하고 ‘세상의 영역들’을 이해하느라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보내는 시기인가 싶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우리는 대부분 세상이 정해준 길을 따라 비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는 순간, 눈앞에는 낯선 백지가 펼쳐진다. 누구도 확실한 경로를 제시할 수 없는 그때부터 내 인생의 유일한 가이드는 바로 나 자신이 된다. 그래서 내 모양을 먼저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20년을 함께 한 난데 설마 내가 나를 잘 모르겠냐며 이 미션을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때의 적극적인 탐색은 아마 이후 수년의 방황과 고뇌를 단축시킬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2010년대 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일단 엔비디아 주식을 사고!) 일찍부터 나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더 쏟을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지점은, 내면의 모양을 비추어주는 거울이 따로 없다는 데 있다. 내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이 있다면 그건 ‘직접 다양한 그릇에 들어가보는 것’이었다. 어떤 부분이 모났고 어떤 부분에 홈이 파여있는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간접 경험과 상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외국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수년간 돈을 모았던 내가 정작 교환학생으로 나가 본 후에야 스스로 한국을 떠나서는 행복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던 것처럼.
대학생 때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조언은 너무 뻔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강조되는 이유는 막상 그렇게 행동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에도 눈앞에 펼쳐진 백지 앞에서 어떤 점을 찍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온다면, 우리 학교가 여러분이 탐색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많은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인생을 조금 일찍 경험한 선배이자 학교의 교원으로서,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언제든 도움의 손을 뻗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도 꼭 알아주면 좋겠다.
우리 학생들이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의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대학생활 동안 각자 성공적인 탐색의 시간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BizOn Online Newsletter Vol.78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