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협력과 양극화 사이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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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협력과 양극화 사이
인공지능 시대, 고대역 메모리 HBM의 영향
▲SK하이닉스 SK AI 서밋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11월 4일(월)부터 5일(화)까지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SK 인공지능(AI) 서밋 2024’가 진행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도 아래 진행된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AI 심포지엄은 대규모 글로벌 행사로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3만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반도체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서밋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HBM3E 16단 개발을 세계 최초로 공식화하기도 했는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실적 부진과 관련 상황이 맞물리며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실적 발표 이후 4분기 실적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그동안 AI반도체 산업의 1위를 굳건하게 지키던 삼성전자보다 더 높은 영업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SK하이닉스와 엔디비아, TSMC의 긴밀한 협력
‘SK AI 서밋 2024’에서 최태원 회장의 기조연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CEO들과 AI기술의 발전에 대해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SK하이닉스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MS, 엔비디아, TSMC이다. 특히 엔비디아 측에서 SK에게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 달라 요구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두 기업 간의 협력적인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는 엔디비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즉 AI의 필수재 ‘HBM’ 덕분에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인 3분기 영업이익 7조 300억 원, 매출 17조 570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대만의 TSMC와 기술협력 MOU를 체결하여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GPU 1위 기업 엔디비아를 고객사로 둔 반도체위탁생산 1위 기업 TSMC와 HBM 공급 1위 기업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세 기업의 영업실적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I 반도체 시장의 양극화
▲(삼성전자 HBM3E 사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익은 9조 1834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1조 원 이상 하회했다. 또한 주력 부문인 반도체 영업익은 3조 860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 4조 2000억 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1년 전보다 매출이 93.8% 증가하며 2018년 반도체 호황기의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HBM 매출의 경우에는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HBM 시장의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는 것이다. HBM3E 12단의 경우에도 올해 2월 삼성전자가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고, 이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에 투입돼 기업의 영업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경우 과거부터 엔비디아 HBM 품질테스트 문제로 인해 공급이 지연됐고, 파운드리 사업 또한 고객 부족으로 인해 경쟁사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며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D램 익스체인지의 공급 과잉 우려가 대두되고 있으며, D램 기술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재정비, 4분기 영업 실적 개선에 집중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매출 79조 987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이지만, 1조 2000억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비메모리 분야는 1조 원대 중후반의 적자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 실적 개선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3E 8단과 12단 제품 판매 기반을 확대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 퀄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를 나타내며 이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 임박을 시사한다. 3분기 10%대에 머물렀던 5세대 HBM의 매출 비중이 4분기엔 5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 사업의 투자를 축소하고, HBM 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은 가혹하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롱숏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외국인 투자자 비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삼성의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최고의 반도체 전략을 위해 제대로 된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 못해 발생한 현상이라 진단한다. 또한 투자자들은 과거 삼성그룹 회장 직속의 참모 조직 ‘미래전략실’의 재건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강한 리더십과 혁신이다. 현재의 삼성전자는 강력한 중앙통제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해 기술 개발 및 실적 개선을 이끌 리더십이 부족하다. 또한 기업의 주력 부문의 부진에서 새로운 시도 즉, 혁신이 장려돼야 한다. 11월 4일(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쟁사 언급에 대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더 많은 기술을 보유했으며, 인공지능의 물결을 타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위기, 4만 전자로 가나…, 반도체 희비 엇갈린 삼성과 SK’ 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 간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과 기술력은 다양하다. 최 회장의 발언처럼 기업은 기업 간의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의 위기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기업의 성장과 위기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현재 기업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기업과의 협력은 물론 기업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혁신을 통한 기업 성장의 필요성 인지해야 할 것이다.
수습기자 박하은(23)
BizOn Online Newsletter Vol.78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