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충주맨, 성심당, 김천 김밥축제… 로컬이 살아남는 법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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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맨, 성심당, 김천 김밥축제… 로컬이 살아남는 법
지방 도시의 위기 속 변화하는 지역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면적은 우리나라 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50.7%가 거주하고 있다. 지방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인구 유출은 더욱 심각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이동한 20대 청년이 최근 10년간 60만 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지방 소멸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지방 도시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촌스럽고 올드하다고 느껴지던 지방이 이제는 새로움,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단장하는 중이다. 지역(Local)과 유행(Hip)의 합성어인 ‘로컬 힙’ 트렌드가 Z세대 사이에서 떠오르며 특정 지역만의 색깔이 담긴 식품, 공간, 관광, 굿즈,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트렌드에 맞춰 고유의 색이 돋보이는 지역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역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지 BizOn과 함께 알아보자.
▲ 충주맨 (출처: 교보문고)
공식 계정의 틀을 깬 충주맨
충주시 유튜브를 운영하는 충주맨(충주시 홍보맨/김선태 주무관)은 우리나라 공식 홍보 계정의 틀을 깬 선구자이다. 충주맨 이전에 공식 계정이라고 하면 재미보다는 정보 전달 위주의 게시글이 주를 이뤘었다. 그러나 이런 공식 계정들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충주맨은 충주시의 홍보를 위해 조회수와 재미에 집중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원초적인 유머로 다가갔다. 보수적 조직문화의 대표 격인 공무원이 이런 시도를 한 것은 매우 큰 도전이었다. 충주맨의 도전은 성공적으로 인구 21만 충주시 유튜브가 인구 900만 서울시 유튜브 구독자 수 22만 명보다 3.5배 많은 7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충주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던 사람들도 재밌는 영상을 찾아보다가 충주시를 알게 됐다. 충주맨을 계기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공식 계정까지 충주맨을 따라 B급 감성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군의 ‘Bomb양갱’, 코레일의 미스기관사, B급 감성 홍보물을 올리던 부계정이 공식 계정이 된 애슐리까지 공식 계정의 딱딱한 틀을 벗어나 친근하게 접근하고 있다.
▲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출처: 두둠)
대전의 문화가 된 성심당
광역시임에도 특색 있는 관광지가 크게 없어 일명 ‘노잼도시’라고 불리던 대전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성심당이다. 성심당 쇼핑백에는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만큼 대전에서 성심당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성심당의 파급 효과로 대전 내 타 카페나 빵집도 양질의 빵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의 성지로 대전이 자리 잡게 됐다. 이와 함께 성심당을 찾은 사람들이 대전의 다른 가계들도 찾으며 성심당이 위치한 대전 원도심은 활기를 띠고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성심당의 인기에 발맞춰 2021년부터 ‘대전 빵 축제’를 주최하고 있으며, 2024 대전 빵 축제에는 14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대전 빵 축제 개최를 통해 ‘빵의 도시’라는 대전의 정체성을 사람들에게 명확히 인식시켰다.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성심당과 대전시 농업기술센터가 협업하여 밀 생산·관광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자체와 로컬 브랜드가 서로 돕고 도우며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김천=김밥천국'에서 시작한 김천 김밥축제
보통 지역 축제라고 하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것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김천의 김밥축제는 다르다. 경북의 내륙도시 김천에선 김이라고는 전혀 나지 않는다. 단순히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김천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라는 문항에 ‘김밥천국’이 답변 상당수를 차지한 웃기지만 슬픈 조사 결과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소 뜬금없을 수 있는 기획이지만 축제 기간 인구 13만 명 도시에 1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며 당초 목표치의 다섯 배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이외에도 농심 라면의 75%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경북 구미시에서는 ‘구미라면 축제’를, 충남 공주시는 ‘공주(Princess)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오랜 헤리티지가 없더라도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지역 고유의 색이 있다면 사람들이 찾아간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이다.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자체들이 변화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벽화마을, 출렁다리처럼 하나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 우후죽순 따라 하기 바쁜 지자체들의 태도이다. 아무리 참신한 아이템이라도 여기저기서 따라 하면 결국 진부해지고 그 매력을 잃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찾는 지역의 공통점은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작정 인기 있는 아이템을 따라 하기보다는, 지역 고유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때 독특한 분위기로 부흥했던 지역들이 젠트리피케이션 이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 가득차며 쇠퇴했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역 고유의 매력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자 박민혜(23)
BizOn Online Newsletter Vol.78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