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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한글 없는 한국 브랜드... 그 이유는?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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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없는 한국 브랜드... 그 이유는?

미숫가루가 아니라 MSGR? 과도한 외국어 사용 논란


▲예술관 카페와 편의점의 영어 간판




경영대 학생들에게 예술관의 카페와 편의점은 익숙한 장소이다. 경영관 지하 1층의 통로를 따라 예술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두 개의 간판이 있다. 간판에는 ‘Café NAMU’, ‘COOPsket’이 연달아 적혀 있다. 별다른 한국어 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한국 사회를 살고 있다면, 이 같은 광경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어 사용은 이제 트렌드를 넘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일까? ‘21세기 글로벌화’ 명목으로 우리 사회를 뒤덮은 외국어, 그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외국어가 점령한 국내 브랜드들

오늘날 한국의 거리에서 외국어 간판은 매우 흔하다. 스타벅스와 같은 외국 브랜드는 물론, 이디야, 메가MGC, 컴포즈 등 수많은 체인점을 가진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가 영어 간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어는 간판을 넘어 카페 내부로도 침투했다. 메뉴판을 한글이 아닌 영어로 기재하는 카페들이 등장한 것이다. 작년 한 개인 카페에서는, 미숫가루를 MSGR라고 표기해 SNS 상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영어로 가득한 한국 패션 브랜드의 홈페이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패션 업계에서 이미 '바지'와 '상의' 같은 한국어는 사라져간다. 대신 '팬츠'와 '탑'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제는 ‘청바지’는 ‘데님팬츠’, '찢어진 청바지'는 ‘디스트로이드(Destroyed Jean) 진’으로 불린다. 공식 홈페이지 또한 문제다. 패션 브랜드 '빈폴'의 홈페이지는 영어로 가득하다. 빈폴 외국 브랜드가 아닌 한국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른 한국 패션 브랜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상품 구분을 오로지 영어로만 적거나, 혹은 단순히 한글 발음으로만 표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은 외국어 사용을 어떻게 생각할까?

브랜드들이 외국어 사용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외국어로 표기하면 더 고급스럽고 세련돼보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윤용주 인하대학교 의류디자인학과 교수와 나영주 인하대학교 의류디자인학과 교수의 ‘의류 패션산업에서 순한글과 외래어 용어에 대한 감성 비교’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영어로 표기된 상품의 가격을 가장 높게 예상했다. △‘면마혼방 편한 바지’ 2만 9257원 △‘코튼 리넨 이지 팬츠’ 3만 9257원 △‘Cotton Linen Easy Pants’ 5만 3189원으로 예상하였다. 소비자들은 영어 라벨을 단 상품을 순한글로 표기된 상품보다 더 신뢰감 있고, 고급스럽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과 영문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유진 서울시립대 디자인전문대학원 외래교수와 박진애 종로구청 도시디자인과 팀장이 진행한 ‘한글 간판 디자인 선호도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엔제리너스, KT, 배스킨라빈스 등 9개 브랜드의 한글 간판과 영문 간판을 함께 보여주고 평가를 물은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선호도 차이가 5점 만점 기준 0.5점 안팎으로 나타나며 선호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다한 외국어 사용으로 인한 불편함

브랜드의 외국어 사용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는 결론을 내릴 수 없으나 과다하게 사용된 외국어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위의 한글 간판 디자인 선호도 연구의 인구통계학적 분석에 따르면 나이가 많을수록 한글 간판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어 사용이 낯선 노년층에게 외국어는 더욱 어렵게만 다가오는 것이다. 키오스크가 대중화된 요즘엔 키오스크에 적힌 글만 보고 주문해야 한다. ‘테이크아웃’, ‘솔드아웃’처럼 한글의 탈을 쓴 외국어를 마주하며 다시 어려움을 맞는다. 국립국어원에서 생활 필수 시설(관공서, 대중교통 등)과 생활 편의시설(카페, 백화점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 131개 중 40%가 외국어 또는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단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지의 느낌을 살리고자 한국어 없이 외국어로만 간판과 메뉴판을 꾸민 가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음식점을 예로 들자면 麺屋はなび(멘야하나비), 自由軒(지유켄), 哥哥(꺼거)가 있는데, 일본어나 중국어 등의 외국어로 표기된 간판은 상호를 읽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시행령’에서는 광고물 문자를 한글이 아닌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령은 건물 4층 이상에 설치되거나 면적이 5㎡ 이상인 간판만을 허가·신고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소규모 가게나 메뉴판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도한 외국어 사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언어 사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의 전달이다. 간판이나 상품명은 그 특징을 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친 외국어 사용은 오히려 소비자와의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브랜드의 과도한 외국어 사용이 소통에서 언어가 지닌 중요한 역할을 훼손하고 있다.



기자 박민혜(23) 기자 김희서(22) 

BizOn Online Newsletter Vol.77 (202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