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주담대 틀어막기’… 대출 규제 돌입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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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틀어막기’… 대출 규제 돌입
정부의 강한 가계대출 규제 기조와 그 여파
지난 2개월 간 5대 시중은행인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했다. 가계대출 상승세는 9월까지 이어져, 9월 7일(토) 기준 726조 6434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의 큰 축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다. 올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 기조였고, 높아지는 집값에 비례해 주담대 역시 상승 추세를 이어왔다. 그 때문에 가계부채도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대책을 촉구했으며, 시중은행들은 본격적으로 주담대 막기에 돌입했다. 갭투자 등 투기 목적의 대출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주담대 증가의 이유
▲늘어나는 가계대출과 주담대 (출처: 경제포커스)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99조 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0%P 늘었다. 수도권 집값의 상승 기조가 일차적이며, 두번째 이유는 금융당국이 올해 2월부터 도입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다. DSR은 대출 상환자가 1년 안에 갚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월급에서 감당 가능한 만큼만 빌려주는 제한’으로 이해하면 쉽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이 적용한 1단계 DSR은 0.38%P였다. 금융 당국은 9월, 1.2%P의 2단계 DSR이 도입될 것을 예고했다. 이에 제도가 도입되며 대출의 상한이 막힐 것을 우려한 대출 수요층이 근 두 달간 급격하게 몰렸다.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이 마지막이라는 풍문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는’, 이하 ‘영끌족’들을 대거 유입시켰고, 결과 역대급 주담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유주택자 대출 불가” 초강수 두다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금융감독원의 주문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차례로 대책을 내놓았다.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케이뱅크 △신한은행 등 여러 시중은행이 유주택자들의 주담대를 완전히 제한했다. 제2금융권인 보험사에서도 규제가 이루어졌다. 삼성생명 역시 시중은행과 비슷하게 이달 초 유주택자들의 수도권 주담대를 제한했고, 한화생명은 10월부터 적용 금리를 0.3%~0.5% 인상한다. 주요 시중은행과 정부의 조치로 대출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9월에 들어서는 주담대 상승세가 둔화했다. 대출 규제의 성과가 가시화된 가운데, 둔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대안을 찾는 수요층, 우려되는 풍선효과
풍선효과란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움직임 탓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현상을 뜻한다. 풍선의 한구석을 쥐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듯,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담대를 틀어쥔 이후, 남아도는 대출 수요가 이곳저곳으로 향하고 있다. 주담대 규제의 풍선효과가 시작된 것이다. 1주택자의 담보대출을 지원하는 인터넷 뱅킹에 사람이 몰렸고, 주요 시중은행에서 좌절된 대출 수요는 제2금융권으로 향했다. 정부와 금융권은 이 같은 풍선효과 우려에 또 다른 규제로 대응했다. 제2금융권 역시 속속들이 규제에 들어갔으며,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등 ‘주담대 우회로’의 문턱 역시 주담대와 함께 높아졌다. 한편,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 역시 존재한다. 강한 대출 규제가 투기뿐만 아닌 실수요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는 앞으로도 확고할 것임을 강조했으며 대출수요가 옮겨가는 부분은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개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신중함’
지난 9월 12일(목),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은 일”이라며 ‘은행의 자율적 판단’을 강조했다. 가계대 안정화를 요구한 금융당국이지만,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주지 않은 것이다. 풍선효과와 실수요 저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위험 때문에 쉽게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없는 탓이다. 내 집 마련이 일생의 과제로 부상한 현재, 대출은 현대인의 숙명과도 같다. 정부조차 확답을 내리지 못해 대출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개개인은 더욱 신중히 움직여야 한다.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가장 잘 알고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기 때문이다.
기자 김희서(22)
BizOn Online Newsletter Vol.77 (202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