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연수생 : 오흥준
문부성 일본문화일본어 연구생 – 오흥준
1. 후기를 쓰기 전에..
안녕하세요. 일본학과 학우 분들, 저는 현재 2022년 여름방학 기준으로 졸업까지 1학기 남기고 초조해야 하지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16학번 오흥준입니다. 이 글을 읽는 일본학과 학우 분들은 일본학과의 꽃이지만 차마 선택하기 어려운 교환학생 제도에 대해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이겠지요. 그런 여러분들에게 제가 경험한 또 다른 유학 선택지를 소개하고자 저는 현재로부터 약 4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일본어일본문화연수생"에 대한 정보를 써보고자 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이유로 약 3여 년간 나라 간의 이동이 단절되고, 무엇보다도 교환학생보다는 절차가 까다롭기에 가고자 하는 사람이 적고, 이에 따라 "일본어일본문화연수생"을 다녀온 사람이 적기에 정보 또한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명히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그냥 지나치는 제도이기도 하지요.
이 글에서는 "일본어일본문화연수생" 즉 "닛켄세"에 대한 정보를 다룰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부디 여러분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기를 바라며,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닛켄세란 무엇인가?
닛켄세는 "일본어일본문화연수생"(日本語日本文化研究生)의 줄임말입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주관하는 유학생 사업으로 대사관 추천 제도와 학교 추천 제도로 갈립니다. 이후 이번 글을 통해서 소개하는 제도는 둘 중에서도 대사관 추천 제도입니다. 대사관 추천제도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매 년 후반기 즈음 일본대사관으로부터 학교에 공문이 전달되면 각 학교마다 1명씩 대표를 선정하여 필기시험-면접의 절차를 걸쳐 약 30여 명의 학생을 선발합니다.
일본 전국에 있는 웬만한 국립대라면 어디든 지원할 수 있으며, 제 기억이 맞는다면 와세다 대학과 같은 유명 사립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과의 차이점으로는 1. 휴학이 전제 2. 자매결연 학교가 아니면 학점교류는 불가능 3.장학금 4. 필기시험 5.수료 논문으로 5가지를 뽑을 수 있겠습니다. 2에 관해서는 당시 제가 국민대학교 교학팀을 통해서 직접 받은 답변입니다만, 닛켄세 특수성상 자매결연 학교여도 제약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직접 확인이 필요합니다. 3은 닛켄세 제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달마다 한화로 약 110만원 정도의 생활비 차원의 장학금이 들어옵니다. 금전적 압박 없이 약 1년간 해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메리트입니다.
4의 필기시험의 경우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알 수 없어서 조심스럽지만, 당시 저에게 지원을 권고해주셨던 교수님들의 말씀을 빌리자면 국민대학교 대표로 뽑힐 정도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필기를 대비하여 공부는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5의 수료논문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대학마다 요구 수준이 다를 수는 있지만, 약 1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수업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이며, 학교에 따라서는 수료논문이 필요하지 않은 학교도 적지 않습니다.
3. 참고하면 좋을 내용
3-1 준비하면서 참고하면 좋을 내용
1. 준비하고자 마음먹으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은 트러블들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단락에 대해서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단은 증명사진은 앞으로 사용할 일이 늘어날 수 있으니 기존에 집에 있는 것보다는 새로 넉넉하게 찍는 것을 추천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성인이 되고 새로 여권을 만들고자 할 때는 6개월 이내에 찍은 증명사진이 필요한데 7개월 전에 만든 주민등록증에 사용된 사진과 중복되었다며 반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제출 서류를 준비하게 되면 건강 진단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단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강 진단서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발급하는 건강 진단서가 아닌 자체 양식의 서류라는 것이 특징인데, 동네 병원에 따라서는 타 기관의 양식으로 건강진단서를 작성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일산에 거주하는데 당시에는 일산에는 외부 양식의 건강진단서를 작성해주는 병원을 찾을 수 없어서 인천의 인하대학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발급받았습니다.
3. 학교를 선택할 때 3순위까지 작성하는데 웬만해서는 원하는 지역의 학교로 갈 수 있지만 , 도쿄와 같은 인기 지역의 경우 순위에서 밀려 2순위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4. 일본은 대한민국보다 넓은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수도여도 도쿄는 서울의 3배 크기의 지역입니다. 그래서 도쿄로 갔는데 도쿄 외곽에 있는 학교라서 본인이 생각했던 도쿄가 아닌 곳에서 1년 생활하는 경우와 같은 사례가 잦습니다. 귀찮더라도 본인이 가고자 하는 학교 주변의 교통과 상권을 잘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전히 제가 있었던 오키나와나 시골 지역은 지하철도 없고 버스도 자주 안 오는 지역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도시를 고르라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차를 렌트하는 방법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방법 등도 괜찮은 방법이며 막상 거기서 살다 보면 1시간에 1대 오는 버스도 생각보다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3-2 가고 나서 참고하면 좋을 내용
1.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웬만해서는 절망하지 않아도 대부분 괜찮습니다. 제 경험을 하나 예시로 들자면 저는 라멘을 좋아해서 자전거를 타고 라멘집을 찾아가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오키나와의 동부와 남부에 있는 라멘집은 95퍼센트 가까이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단 풀숲길을 헤집고 북부에 있는 라멘집에서 미소라멘을 먹고 돌아오는 도중 본인도 모르게 자전거로 4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다 경찰한테 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한국에 계신 교수님들부터 일본에 계신 교수님들 얼굴이 한 명 한 명씩 떠올랐는데 생각보다 별일은 없었습니다. 여권을 잃어버려서 대사관을 가야 하는데 대사관이 없는 지역이면 국내선을 타고 대사관이 있는 지역으로 가면 되고, 기숙사 방에서 수도관이 터졌으면 기숙사 담당 부서한테 연락을 하면 됩니다. 다쳤으면 가자마자 들어둔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으면 되고, 외로워서 우울해 죽을 것 같으면 용기 내서 동아리에 들어가면 됩니다.
2. 아마 합격하면 공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장학금이 나오기에 아르바이트는 금지입니다. 그러니 만약에 높은 물가의 지역에 살게 되어 자금이 부족할 것 같으면 유학 가기 전에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4. 간략한 오키나와에서의 유학생활 회고
오키나와는 일본 남부에 있는 섬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 본토와는 다른 점이 많은 지역입니다. 일단은 사람들의 외관은 동북아시아의 사람보다는 동남아시아 사람들과 닮은 사람이 많으며, 오키나와 방언 즉 우치나 구치는 젊은 오키나와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현대 일본어와는 적지 않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의 측면에서는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수업에서도 배우는 폐번치헌을 통해 병합되기까지는 류큐 왕국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또 다른 나라로써 존재했다는 특징이 있으며 그 영향으로 현대에도 일본 본토와는 사뭇 다른 문화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약 1년간 오키나와에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체계적으로 잘 짜여진 견학 수업 시스템 덕분에 역사, 전통, 현대 오키나와 문화 등등을 배울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일본 대학교에서의 문법 등의 언어 관련 수업은 어쩌면 자만심에 빠져있었던 저 본인의 일본어 실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가다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키나와의 류큐대학은 교환 학생들에 대한 통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타 교환 학생들과의 교류도 편리하여 거의 매주, 회관에서 파티와 술자리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인 학생과의 교류가 뜸했느냐 한다면 외국인과 교류하고 싶어하는 일본인 학생들이 먼저 그런 교류 자리에 찾아오기에 교환학생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본인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으며, 또한 저는 서예 동아리에 들어가서 많은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친해진 친구들과 회식을 하거나 관광지로 놀러 간 것은 참으로 좋은 추억입니다. 그 중 츄라우미 수족관은 수족관 매니아인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며 오키나와 주변 작은 섬에 페리를 타고 가서 본 바다는 제가 살면서 본 바다 중에서 제일 깨끗한 바다였습니다.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의외의 경험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태평양 전쟁과 오키나와 전쟁 당시 희생된 조선인 유해 발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있었고, 매주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유학을 가면 제가 이야기한 경험들과는 또 다른 각자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유학 생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5. 고민하는 여러분에게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참으로 하찮은 이유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연구실에 놀러 가서 한풀이하듯이 교수님께 "모든 것이 재미 없어요."라고 이야기했고 교수님은 "오흥준 그러면 일본 갔다 올래요?"라고 하셨고 의외의 권유에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럴까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가기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개인적으로 무기력했던 기간이었으며 병역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 교수님께서 저를 대리고 다른 연구실로 가셨고 그 연구실에는 일본학과 교수님들이 계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수님은 "오흥준 닛켄세 간대요."라고 말씀하셨고 일사천리로 이야기가 진행되더니 약 5분 뒤에는 연구실에서 나와서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나 일본 좀 다녀와야 할 듯?"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주 뒤에 시험을 봐야 했고 운이 좋게 시험에 면접까지 합격하여 몇 달 뒤에는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탑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저에게 오키나와에서의 1년은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초라한 계기와는 걸맞지 않은 거대한 대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여러분에게 무조건 유학을 가라고 권유를 하지 않겠습니다. 유학을 간 모두가 유학에서의 경험이 행복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 것이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저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가서 무엇을 경험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유학은 어디까지나 환경 변화의 계기일 뿐이지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경험이 좋은 경험인지 나쁜 경험인지 색다른 경험인지 고리타분한 경험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력에 따라서는 어떤 것이든 긍정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킬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유학은 유토피아로 가는 티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에 여러분에게 변화를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면 유학, 특히 닛켄세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살면서 언제 오가는 비행기표 값에 매달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정부유학생 비자로 1년 동안 해외에서 거주하며 공부를 해볼까요?
부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본인에게 최적인 선택을 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