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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소식

 

NEW [중앙일보]#그래니룩 #할매입맛 #할밍아웃, 옛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할매니얼” 소비자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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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디지털마케팅 전공 주임교수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를 품에 안은 배우 윤여정부터 이제는 ’실버 인플루언서’의 상징이된 박막례 할머니까지, 할머니 셀럽에 대한 젊은 세대의 열기가 놀랍다. 세련되지 못하다고 여겨져 홀대 받던 옛 것과 조부모 세대의 문화가 이제‘취향’이라는 이름 하에 젊은 소비층에게서 수용되고 그들의 문화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오픈런을 명품 매장 앞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전통 찻집이나 떡집에서나 쉬이 볼 수 있었던 전통 간식 약과는 이제 소비자들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 ‘잇템’이 되었다. 한 팩에 6,000원 남짓한 약과를 사기 위해 오픈런까지 마다 않는 그들이 바로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즐길 줄 아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MZ세대이다. 어렵사리 구한 약과는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두배가 넘는 가격에도 인기매물로 거래된다. 약과 구매경쟁이 어찌나 치열한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약과’와 ‘티켓팅’의 합성어인 ‘약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아래 그래프는 최근4년간 네이버에서 발생한 “약과”에 대한 검색어 트렌드로, 2021년을 기점으로 검색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약과에 대한 검색량과 프랑스 대표 디저트인 마카롱의 검색량 추이를 비교해 보면 2022년 하반기 부터 약과의 검색량이 마카롱의 검색량을 역전한다. 

옛 문화를 즐기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즐기는 오늘날의 젊은 소비층을 “할매니얼” (‘할매’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라 일컫는다. 할매니얼의 열기는 비단 약과에만 국한되는 문화 현상이 아니다. 약과 뿐만 아니라 흑임자, 인절미, 쑥 등 우리가 흔히 “할매 입맛”의 대명사로 칭해오던 식품들의 인기가 증가하며 유통업계에서도 관련 제품들을 줄지어 출시하고 있다. 가령, 할머니 바지 호주머니에나 들어있던 땅콩카라멜은 가슴 한 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뻔 했지만 작년 한해 2030세대의 매출 비중이 약 60%에 달하며 땅콩카라멜 맛 막걸리가 출시되기도 했다. 패션 분야에서도 할머니가 입을 법한 과감한 꽃무늬 패턴, 화려한 색감, 빛바랜 빈티지 옷들이 ‘그래니룩’혹은 ‘그래니 시크’라는 이름 하에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젊은 소비층이 할머니 감성에 열광하는 무엇일까? 바로 취향 소비 사회의 도래이다. 대세가 아닌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 받는 사회, 나만의 특별한 취향이 소위 ‘힙’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조부모 세대의 문화는 MZ세대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또 동시에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또한,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제품 소비에 있어서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료를 혼합하거나 수정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할머니 세대의 옛 문화는 이러한 모디슈머 (modify + consumer) 의 욕구를 잘 충족시켰다. 옛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유니크한 취향을 가미함으로써 이를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하나의 창구로 활용한다. 가령,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작은 약과 하나를 먹더라도 그냥 먹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약과 맛있게 먹는 법”만 검색해도 약과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아메리카노를 곁들이고, 쿠키나 스콘으로 재탄생 시키는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작은 소비일지라도 그 소비의 경험 자체를 나만의 영역으로 탈바꿈 시킨다. 


할매니얼 트렌드의 부흥은 문화의 세계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국가 간의 교류가 늘어나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발달하면서 문화에 있어 국가 간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와 블랙핑크의 노래를 전 세계인들이 즐기고, 오징어게임과 같은 K-컨텐츠가 수출되며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가 크게 향상된 점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다. K-컬쳐의 세계화는 언제나 문화 수입국이던 대한민국을 문화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게 해주었지만, 한편으로 “개성”과 “힙함”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만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갈증이 할머니 세대의 문화와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적인 문화를 즐기는 할매니얼을 등장시켰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고려 명종 22년과 공민왕 2년 약과를 만드느라 곡물, 꿀, 기름 등의 물가가 치솟자 약과의 제조가 금지되어 약과의 희소성이 무척 높아졌던 역사가 있다. 그로부터 7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할매니얼의 등장이라는 굉장히 다른 이유로 유명 브랜드의 약과는 귀한 몸이 되어 만나보기조차 쉽지 않다. 입에 꼭 맞는 달콤하고 쫀득한 약과를 구하기가 티켓팅만큼이나 치열하지만, 그 열기가 참으로 반갑다. 옛 것에 나만의 감성을 더해 “내 것”으로 소화하는 젊은 소비자의 전통 문화 향유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 관련기사 : #그래니룩 #할매입맛…옛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할매니얼’ 소비자(2024.05.28.)(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