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를 꿈꾸는 후배에게 : 박경민 (게이오기주쿠 대학원)
안녕하세요. 일본학과 00학번 박경민입니다. 제가 대학원을 거쳐 연구자로서 걸어온 길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고민의 힘을 믿었던 저는 국제지역학과 일본지역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도 호기심 가득했던 저는 일본을 매개로 중국, 러시아,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며 인류학과 정치학, 그리고 역사학에도 매료되었습니다. 소인원으로 구성된 수업에서 교수님들의 밀도 높은 지도 편달을 받으며 석사학위 논문을 완성했고, 이와 동시에 박사과정 유학도 준비했습니다. 특히 일본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문부과학성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고 유학의 길이 막힌 게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며 대학원에 합격한 이후에 일본에서 신청 가능한 장학금이 있습니다. 그러니 소속 대학원을 통해 관련 정보를 ‘직접 수집’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해서 반드시 학술지에 게재하십시오. 학술지 게재 논문이 많으면 많을수록,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 성과가 장학금 혜택의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 주기 때문입니다. 고민만큼 휴학이 잦았던 저는 그 시간을 만회하고자 박사과정으로 직행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 결과 게이오기주쿠대학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님들의 네트워크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기존의 일본지역학이라는 폭넓은 시각에서 벗어나 정치학이라는 하나의 분과학문에 집중했습니다. 그럼에도 게이오대학의 강점인 전 세계의 지역학을 청강하며 틈틈이 호기심도 채웠답니다. 그사이에 얻은 교훈은 ‘독서’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듣기만 한다면 나의 지식이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읽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써보셔야 합니다. 나의 이름을 걸고 쓴다는 것, 그 책임감의 무게는 상당합니다. 그 대신 견뎌낸 만큼 확실히 성장합니다. 박사과정 3년차에 접어든 저는 학위논문 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행연구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 고심하던 중 연구주제와 관련된 역사학 논문을 접했던 것이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하나의 분과학문만을 전공했다면 접하지 못했을 내용을, 국민대에서 체득한 ‘지역학의 정체성’ 덕분에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논문을 완성했으며, 지도교수님은 제 아들의 출산에 맞춰 학위논문 최종 심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인생의 어느 한 단면이 매듭지어진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과 득남 소식까지 전해지자 주변에 축하 인사가 뒤따랐지만, 사실 저는 허탈했습니다. 큰 목표를 이루고 난 뒤에 오는 허탈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제 연구주제와 딱 맞는 박사급 연구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인생의 몇 번 오지 않는다는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습니다. 면접 결과는 아쉽게도 채용이 아닌 프로젝트 객원연구원 자리였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꾸준히 영어 실력을 쌓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저에게 영어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면 케임브리지대를 통해 제 인생은 크게 바뀌었을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인생에서 분명히 찾아올 기회를 잡기 위해 반드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저는 고민 끝에 뒤늦게나마 영국행을 결정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이후 연구자로 활동하며 한계를 느꼈던 저에겐 도전의 기회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의 시간은 학문적 시야를 넘어 저의 세계관까지 바꾸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사이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단행본을 출판함으로써 제 연구를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저에게 수상 소식도 전해주었답니다. 현재는 국민대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며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내가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아냈다면 그것에 몰두하며 자기성장과 의미도출을 하고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와 함께 좌우를 살피며 전진하되 가끔은 뒤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확인한다면, 여러분들은 분명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함께 해주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일본학과와 대학원 국제지역학과에 계십니다. 저 또한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