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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디자인산업 관련 좌담 _김철수 종합예술대학원장(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장) 우리나라의 디자인 산업의 현황 점검과 발전에 관한 세계일보의 인터뷰에 공업디자인학과의 김철수 교수님의 기사도 실렸기에 소개합니다. 디자인 역량이 산업과 문화의 이슈로 등장했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글로벌 경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제품의 기능과 생산에 비중을 두었다면, 현대는 고객의 감성적 가치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자인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대학의 창의적인 인력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일보는 ‘제2의 산업혁명 디자인’ 시리즈를 마치면서 정부와 산업계,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3인의 진단을 통해 디자인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 김철호 원장 =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 두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해 있다. 창의적인 디자이너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할 여건만 조성한다면 디자인 선진국 진입은 물론 2008년까지 세계 7위라는 목표 달성도 가능하다. ▲ 김철수 교수 = 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우리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담겨 있으면서 세계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 개발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러한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의 양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 차종민 소장 = 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우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이것은 현재 디자인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계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현재의 잠재적인 인력 중에 우수 인원을 조기 발굴하고 교육해야 한다. ―디자인은 기업의 가치 창출과 국가 경쟁력의 최종 결정 요소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디자인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 김 원장 =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환경이 재편되면서 경쟁적 우위를 담보할 수 있는 핵심은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한 요소들이다. 이제 일류기업의 조건은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총체적인 소비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 김 교수 = 각 기업은 스스로 기업문화를 정립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시야를 더 멀리 두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꾸준히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신제품의 기획·개발정책과 판매전략 등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 차 소장 = 21세기는 문화와 감성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감성은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문화에 기반을 두지 못한 디자인은 대중의 감성을 자극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문화만을 경험한 디자이너들에게는 글로벌 마인드를 위한 해외 경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디자인 인력은 매년 3만6000명이나 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고급인력을 곧바로 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디자인 교육의 개선점은 무엇인가. ▲ 김 원장 =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디자인 인력이 배출되지만, 디자인 전문 회사나 기업에서 쓸 만한 디자이너를 찾기가 힘들다. 창의력과는 거리가 먼 경직된 디자인 교육 방식의 혁신이 절실하다. 대학에서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 인접 학문을 포괄하는 다학적 디자인 교육 시스템으로 혁신하여 기업이 요구하는 자동차, 가전,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디자이너, 이른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배출해야 한다. ▲ 김 교수 = 21세기 패러다임에 맞는 디자인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 시대 환경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대기업 지향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중소기업에서는 능력 있는 디자인 인력을 구할 수 없고, 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은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차 소장 = 대학생들은 감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디자인에서 감각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긴 하나, 이는 탄탄한 이론적 바탕에 근거한 감각이어야 한다. 신입사원들을 보면 디자인에 대한 철저한 이론적 바탕 없이 그냥 그림 그리는 훈련만 받은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이론적 바탕을 근간으로 한 디자인을 전개하는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글로벌 명품’은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 학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김 원장 =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애니콜’과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이리버’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명품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감성적인 디자인이 나오려면 문화·산업 측면에서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는 기업들이 디자인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 디자인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김 교수 = 디자인 명품은 단지 디자인의 우수성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제품의 기능적 우수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적 우수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장기적인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기업은 문화적 정체성과 이미지를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신제품의 개발과 판매 전략 등을 수립해야 한다. ▲ 차 소장 = 디자인 명품은 한마디로 브랜드 가치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는 디자인만 잘되었다고 얻어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국가 이미지부터 제품의 품질, 역사, 장인정신의 희소성 등 그야말로 모든 가치의 집합이 브랜드 가치이며, 이를 바탕으로 명품이 탄생하게 된다. 기업의 독자적인 정체성, 즉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통해 오랜 기간 고객에게 일관성 있는 제품 이미지로 다가서고 고객에게 친밀감이 생성될 때 디자인 명품이 탄생한다. ―디자인산업 발전과 국제경쟁력 제고 등 한국의 디자인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달라. ▲ 김 원장 = 우리는 그 동안 선진국을 쫓아가는 형편이었지만 IT(정보기술) 같은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제 한국 디자인은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단지 생산자나 지역을 알려주는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 소비자에게 믿음과 감성을 줄 수 있는 ‘트러스트 마크(trust mark)’를 만듦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디자인은 최근 경영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는 ‘블루오션’이나 ‘혁신’을 이루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김 교수 =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디자인 전문회사 관계자들의 세계시장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디자인 활동이 우리나라 수출품이나 내수품 디자인에 국한되어 있는데, 세계시장으로 시각을 돌려서 독자적으로, 또는 국제적인 디자인 산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제휴를 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전 전략을 세웠으면 한다. ▲ 차 소장 = 디자인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우선 진흥 주관 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보다 더 다각적인 사업 확장과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각 기업들도 디자인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적은 투자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가 디자인이라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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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0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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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금속공예회 스무번째전시 이음 조형금속공예회는 국민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올해 20회 정기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 일시_2005년 12월 7일(수)~12월 13일(화) 장소_인사아트센타 제1전시실(B1) 초대_2005년 12월 7일(수) 오후 5시 30분 1979년 3월, 아직 겨울의 기운이 채 가시기 전, 국민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수학한 권순남, 민경언, 오명철, 유동희, 이미자, 이상구 등 6명의 젊은 금속공예가들로 이루어진 현대금속공예회는 경복궁 옆 화랑가로 들어서는 어귀에 위치한 출판문화회관에서 창립전을 가졌습니다. 당시 미약했던 한국현대공예의 상황에서 이들의 창단은 미래를 예견하는 작지만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뒤 이은 주요 대학의 전시단체의 창단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현대금속공예회는 이후 조형금속공예회로 개칭되었고, 국민대학교 조형대학과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작가 105명의 회원을 가진 대규모의 전문단체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동안 19회의 발표회와 미국순회전, 다양한 종류의 위크숍과 학술행사들을 진행하였으며, 금속공예계의 현업에 종사하는 전업작가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단체로서 교육과 현장을 이어주는 정보 교류의 소임도 담당하여 왔습니다. 2005년, 스무 번째 전시를 기념하는 조형금속공예회전 이음에는 그 동안 동문회원들의 성장을 지켜봐 주셨던 은사님 9분과 55명의 회원이 참여합니다. 조형금속공예회는 한국 현대금속공예사와 함께 하는 생생한 역사이며, 동시에 국민대학교 금속공예전공자들의 활동의 터전입니다. 스무 번째 전시를 통하여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고, 미래를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사진설명 (좌측에서 부터) 배부순_점/ 박준_함구하고 가슴에 칼을 품다/ 윤덕노_접는 반지/ 이명선_감성과 이성/ 엄중호_이중섭 차거르개/ 박미진_부유하는 일상/ 도정미_House Key Plate/ 신혜림_異=共/ 박유근_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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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0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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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에 그려내는 ‘녹색 희망’ ‘무허가 길 위의 화가’ 윤호섭(시디)교수 “뭐 그려줄까?” 허리 한 번 펼 새 없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아이들과 눈 맞추고 다정하게 그 질문 던지는 것을 그치지 않는다. “나뭇잎사귀요” “고래요” “하트요”…. 저마다의 대답에 따라 옷 위에 초록빛 나뭇잎들이 돋아나고 고래가 헤엄친다. 붓놀림을 따라가는 아이들의 눈빛이 더할 수 없이 진지하다. 이제 아이들은 고래를, 나무 한 그루를, 가슴에 품고 다니게 될 것이다. 지난 10월8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빛고을나눔장터 ‘아름다운 세상’에서 ‘천연물감으로 티셔츠에 환경그림그리기’를 진행한 윤호섭(62·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씨. "쉬운 것부터 담담하게, 그리고 맹렬하게” 그는 주말마다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칭 ‘무허가 길 위의 화가’이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을 캔버스 삼아 환경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온 지 4년째. “몇 년 전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던 면티들을 정리해보니 수십 벌이에요. 깜짝 놀랐지요. 무슨 옷을 이렇게 많이 소유하고 있었단 말인가 싶어서. 그 옷들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무얼까 궁리하다 그림을 그려 나눠 줬어요.” 거리로 나서게 된 시초다.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고 자연스럽게 환경이란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거리’와 ‘옷’이 딱이었다. 그 때가 2002년. 그로부터 4년간 4∼9월엔 일요일마다 인사동에 나갔다. 교수가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린다? 용기가 필요하진 않았을까? “권위는 내 인생의 금기에요. 그거 아주 바보스런 일이야. 자신을 부자유하게 재미없게 살게 만드는 것이죠.” 돈받고 그림 그려주는 노점상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쯤이야 굴하지 않았다. 태풍이 아주 심하게 불었을 때 딱 두 번 빠졌을 뿐 거리에서 그림 그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쉬운 것부터 담담하게, 그리고 맹렬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 그대로. 그가 티셔츠에 주로 그리는 것은 돌고래, 황새, 나뭇잎, 도롱뇽, 웃는 별 등등. 그는 “우리 세대의 잘못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다음 세대들에게 황새를, 산양을 보여주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미안해 하는 어른이다. 그림 옆에 쓰는 말은 ‘지구사랑’ ‘No Whaling’ ‘Everyday Earthday’ 같은 말들이다. “사람들이 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길거리 사람들이 보잖아요. 걸어다니는 광고, 움직이는 그림메시지랄까. 좋은 뜻 퍼뜨려주니 내가 고마워 할 일이죠.” 그림 그릴 때 쓰는 물감 역시 송진과 식물 엽록소로 만든 천연·친환경페인트다. 인사동에서 그림 그리면서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그 인연으로 지난 10월 초엔 홍콩의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홍콩에서 그림 그리던 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어요. 허, 어째야 하나 당황했는데 어디선가 모르는 사람들이 금세 비닐을 들고 와선 그림작업을 마칠 때까지 네 귀퉁이를 들고 서 있어 주는 거에요. 이 일 하면서 그런 뜻밖의 만남, 뜻밖의 감동들을 많이 누리고 있어요.” 그가 환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세계잼보리대회 엠블렘과 공식포스터를 제작하면서 만난 일본 대학생 미야시다 마사요시군 때문.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하는 그 청년을 통해 환경에 ‘무심’했던 자신의 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한 사람의 의지와 실천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한사람의 힘’을 믿는 사람이 됐다. “우리가 정말 버려야 할 것은 쓰레기통” 그가 늘 고민하는 것은 “내 삶이 석유에너지로부터 독립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 그래서 될수록 가전제품을 쓰지 않는다. 냉장고도 없앴다. 우리가 흔히 ‘편리하다’고 의심없이 믿는 것들 속엔 ‘맹목성’이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는 그. “무빙워크 위를 걸어가는 사람이 그냥 맨바닥을 걸어가는 사람을 보며 ‘힘 안 드세요?’ 묻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일상적이라고 믿는 소비문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제 발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죠. 누구나 무빙워크에 몸을 실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가능한 한 아파트 평수를 줄이고, 차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옷은 3분의 1로, 음식쓰레기는 0으로, 종이는 반으로…’를 지키며 살려 한다. 당연히 자동차는 소유하지 않았으며 출퇴근때는 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 쓰고 난 종이로 명함 만들기, 캔음료 안 마시기, 종이컵 쓰지 않기 등도 그의 생활수칙. 남들이 보면 ‘사서 고생’으로 보일 수도 있을 일들이 그에겐 기쁨이다. 좋은 차, 좋은 집 그런 소유와 소비의 욕망에서 그는 정말로 자유로울까. “완전히 무관심해졌달까. 큰 평수 아파트에서 이태리산 대리석 깔고 산다고 해서 내 삶의 무엇이 달라지나. ‘내 손으로 집 지어보는 것’외엔 다른 욕심이 별로 없어요.” 그 집 역시 버려진 물건으로만 짓고 싶단다. 임무를 끝낸 현수막, 야무진 종이상자, 어묵 꼬치용 나무젓가락 등도 그가 건축자재로 생각하고 매일 모으고 있는 것들이다. ‘버리지 않는다’를 원칙으로 삼은 그의 연구실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버려진 종이들을 모아 의자를 만들고 우려낸 티백들도 모아 작품으로 활용한다. 씹고난 껌도 마찬가지다. 웬만하면 그는 물건들에 ‘넌 끝장이야’라는 사형선고를 내리지 않고 ‘쓸모’를 궁리해 새로운 소임을 준다. “우리가 정말 버려야 할 것은 쓰레기통”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상품들을 ‘단명’시키려 하지만 그는 버려진 물건들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학생들에게도 그는 “타(他)에 해롭지 않은 질서가 바로 디자인이다”고 ‘그린디자인’의 개념을 강조한다. 재직하고 있는 국민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에도 환경관련 디자인 과목을 개설했다. 그에 따르면 “커팅 하나를 다르게 함으로써 ‘나머지’를 줄이고 낭비를 줄이는 것 역시 그린디자인”이다. 불필요하게 세련된 디자인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강의는 특별하고 활기차기로 이름나 있다. 서울의 대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방독면을 쓰고 강의실에 등장하기도 한다. ‘환경’과 ‘나눔’이란 뜻이 있는 곳엔 그가 있다! 그는 어느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동한다. 이유는 “소속되면 자유가 없어지니까. 자유롭지 않으면 창의적일 수 없으니까.” 그러나 ‘환경’과 ‘나눔’이란 뜻이 있는 곳엔 꼭 나타난다! 몇 개의 붓과 물통, 페인트통, 아이들에게 나눠줄 환경 배지들과 엽서 등을 담은 큰 배낭을 메고. 이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누군가는 ‘환경지킴이’로 부르고 누군가는 ‘괴짜’로 여기기도 한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된 불편함은 없는가”라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즐거운 자승자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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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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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0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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